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京都) 2
아침에 깨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제 저녁 먹은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사건의 전말인즉, 호텔에 체크인하고 방에다 짐을 풀어놓고 가까운 식당을 찾으니, 마침 푸드 체인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간단히 저녁을 시켜 먹는데, 진철이가 물을 달란다. 그래! 나의 3주 일본어를 활용해야지... 진철이에게 "오수미 구다사이"라고 종업원에게 말하라 했다. 진철이의 이 말에 종업원 둘이서 진철이 말을 따라하며 웃더라고...
그래서 급히 휴대폰을 꺼내 일본어 앱을 켜 확인하니 폰에서 예쁜 아가씨 목소리로 "오미즈 구다사이"라고 소리나네. "오수미 구다사이"라고 했으니... 이런 좌절. 개콘도 아니고, 3주 일본어의 한계인가!
오늘 일정은 목조미륵보살반가상이 있는 광륭사, 석정의 용안사, 금각사, 그리고 아사키신사 및 청수사. 어제 교토역에서 "1일 교토버스자유이용권"을 끊어서 한결 마음이 든든하다. 근데, 지하철은 안되고, 오직 버스만.
호텔리어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를 보여주며 광륭사 가는 길을 물었다. 역시나 친절하게 대답은 해주시는데, 이런! 일본영어를 알아듣기가 참. 어제도 체크인하며 "~코피~" 라고 하더라고. 두세번 듣고서야 "아~ 카피(Copy)" 내 발음도 엉망이겠지만, 일본 사람들 발음 참.
아무튼 500m 거리에 있는 사조00역에서 11번 버스를 타면 된다길래 아침부터 걷는다.
일본에서의 이틀째라 그런지 한결 여유를 갖고, 광륭사(고류지)를 찾아가서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을 본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책에서 보고 흠모해 오던, 우리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진짜 닮은 조상.
한참을 쳐다보았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동력이 되었던 아름다운 자태를 몸 구석구석 각인 시키듯.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다음 목적지인 용안사(료안지). 역시나 몇번을 묻고 물어서 도착하여 용안사 석정을 본다.
심신수양과는 거리가 먼 나같은 사람에겐 일본미의 상징이라는 용안사 석정도 큰 감동이 일어나질 않는다. 그냥 다녀왔다로 만족해야하나!
건물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는데, 뒤쪽에 매표소가 있고, 특별공개를 한단다. 일본엔 몇십년, 몇백년, 아니 한번도 공개되지 않는 비보(秘寶)가 많다고해서 표를 끊고 들어가보니,
건물 천장 가운데 이 절의 신화와 관련된 금빛 여의주를 문 용그림과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등신불이 안치되어있다.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빠져 있고, 당연히 해설은 못 알아듣고...) 아무튼 뭔가 대단히 비밀스러운 것을 본 것은 확실하다...
기념품 판매대 앞에서 엽전 모양의 "오유지족"을 보고, "Is this here?"라고 물으니, 저쪽 모퉁이 돌면 있단다. 이런~ 내가 비전(秘傳)을 보느라 소중한 것을 놓칠 뻔 했다. 급히 가서 확인하고, 증명사진 찍고...
"吾唯知足" 직역하면 " 나는 오직 족함을 알뿐이다." 이는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에 "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해도 부유하다."에서 나왔는데, 뜻도 깊거니와 그 디자인이 정말 멋지다. 디자인이 어떤 모양일까는 각자 상상에 맡겨볼까요? 물론 상상 그 이상입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京都)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