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진철(12살)이랑 단둘이 해외 여행을 갔으면 하던 차에 일본 京都(교토)가 눈에 띄었다. 때마침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 편(1~4권)도 출간되어 답사 자료로 읽고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땡처리 닷컴에서 교토 여행을 알아보니, 부산~오사카 행 배편을 이용하면 가격도 착하게 형성되었있다.(원래 내가 이런 걸 따지진 않는데...)
TESOL 연수를 3주간 받게되어 여행 준비는 많이 못하였지만, 히라가나/가타가나도 공부하고, 일상적인 회화(예를 들어, 오미즈 구다사이 정도)도 공부하고... 그리고, 오사카, 나라, 교토의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간사이 스루패스권을 구매하면 어럽지 않을 듯도 하고.
근데, 첫 사달은 부산항에서 발생했다. 일본 관서 지역의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마법의 카드 "간사이스루패스권"이 출발일인 일요일에는 여행사가 문을 열지않아 구입할 수 없단다. 어쩐다.... 그래도 오사카항에서 구할 수도 있다니 안심하며 출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 해협 대교를 지나며...>
자유여행으로 인한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대한 해협을 건너 26일(월) 10시경 오사카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스루패스권은 시내 오사카역이나 난바역에서 구할 수 있단다... 근데 그곳까지 가는 것이 2번이나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고 하니... 그것도 물어 물어 가야하니.
그래, 이번 여행은 그냥 패스권 없이 도전하자!
일단 이번 여행의 시발지인 코스모 스퀘어 역에 도착했다. 첫 예정지인 나라 동대사로 가야하는데...
엇! 지하철 표를 못 끊겠다. 스루패스권 이용을 계획해서 지하철 표 끊는 방법은 미리 공부해오지 않았었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길 10여분. 이러단 안되겠다 싶어 시간의 여유를 갖고자 코스를 나라 동대사를 건너뛰고 바로 우지 평등원으로 가기로 하고, 벤덴죠-오사카-교토-우지 코스를 잡아 역무원에게 물어 벤덴죠역 가는 표를 끊고 선로에 서니... 근데 어느 방향 기차를 타야 "벤덴죠" 가지?
마침 우측 기차칸에 있는 젊은이에게 "밴덴죠"라고 물으니, 지하도 안내표를 보던 젊은이들이 맞단다... 타고 보니 이들도 우리나라 여행객. 오사카로 놀러온 대학생들.(이들을 마지막 날 난바에서 다시 만났다.)
이들도 표를 끊지 못하여 고생하다 안 사실 "먼저 가고자 하는 역을 안내판에서 찾고 그 밑에 가격을 보고 자판기에 사람수를 체크하고 거기에 표시된 돈을 넣으면 된다나 어쩐다나..."
<오사카행 기차안에서>
아무튼 세 역을 지나 벤덴죠역에서 내려 오사카행 기차표를 그 젊은이들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하니... 이렇게 쉬운걸 왜 못했지... ㅋㅋㅋ
오사카로 가서 다시 교토행 기차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교토. 이젠 우지. JR우지행 표를 끊었는데, 교토역이 넓다보니 우지행 기차를 어디서 타야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이다 역시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물었더니(3주 배운 일본어로 "우지에끼 도꼬데스카?"라고 하면 될 것을 그냥 "우지에끼") 이 젊은이가 30여미터를 직접 우리를 안내해주는 거 있지... 일본 사람들 친절하다더니, 역시.
근데, 뭔가 좀 이상해 역무원에게 물었더니 신깐센 우지행 탑승하는 곳이란다.... 어이고. 다시 우리 표를 보여주니 역무원이 저쪽으로 가서 타라고 하신다....
두세번을 더 물어 우지행 기차 플랫폼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기차에 올라타고, 하루종일 매고 다닌 베낭을 벗어 옆에 내려놓으니, 휴~ 일본에 온지 2-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비오는 우지역은 한산하다. 2-3시경인데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해 식당을 찾던 중 평등원 가는 길가의 한 식당에 500엔 입간판이 보인다. 배 고픈데 양도 많고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고... 흡족한 점심에 행복한 마음으로 평등원(뵤도인)에 도착했다.
"극락이 의심스러우면 우지의 어당을 찾아가보라.
극락이 어떤 곳인가 궁금하다면 우지의 어당을 가보아라 ."
12세기 일본에 이런 동요가 나왔다고 한다. 일본의 10엔짜리 동전에도, 그리고 만엔 지폐에도 새겨져 있다.
특별한 뵤됴인 이야기: 교토에서의 마지막 날. 사케 한잔 하려고 호텔 근처 술집을 찾았을 때, 주인 아저씨께 교토 사람들이 가장 좋아사는 유적지가 어디인지 물었었다. 어떻게 물었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주인상이 한국 막걸리 "이찌방" 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 내 어릴적 "이찌방"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 유산으로 아마 최고라는 뜻인듯. 그래서 나의 3주 일본어로 물었지. "기요미즈테라(청수사), 긴카구지(금각사),뵤됴인(평등원), 료안지(용안사)... 교토진(교토사람) 이찌방?" 이 휼륭한 일본어를 주인상이 역시나 알아듣곤 대답하길 "뵤도인 이찌방"이라신다.
입장료가 600엔에 아미타당은 따로 300엔. 원화로 근 9,000원이니 비교가 좀 그렇지만(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척도는 역시 "돈" 이니...) 부석사 입장료가 1,200원이고, 불국사 입장료가 4,000원. 개인적으로 불국사보다는 못하다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멋진 곳이다.
차의 산지인 우지에서 차 한잔 하면 좋았겠지만 늦은 시간이라 급히 우지역으로 걸었다. 가다 우지강가에서 겐지이야기의 "무라사키 시키부"의 상이 있었다.
그래! 나도 여길 다녀왔다는 증명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는데.
이런 이국적인 거리 풍광이 있네....
역에 도착하니, 자판기천국인 일본답게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있어서 역시 기념사진. 찰깍.
나의 일본에서의 첫 긴 하루가 이러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京都)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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