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방학 중에 진철이랑 해외여행 갈까 검색 중에 온라인 여행사인 "땡**닷컴"에서 오스트리아 및 동유럽5국을 싼값에 간다는 긴급 패키지 모집광고가 떴다. 2-3일 고민 끝에 신청.
몇년전 학교 교직원들과 패키지 홍콩여행시 여행사측에서 안내하는 각종 상품 강매에 크게 분노하며 다시는 패키지 안간다고 했는데, 이번 여행은 왕복 뱅기값에 동유럽 및 발칸반도를 9일간 여행한다니...
오스트리아는 늘 동경의 땅이었다. 모짜르트부터 베토벤, 말러, 쇤베르크까지 서양음악사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아이제나흐의 바흐 생가>

지난 봄. 바흐가 태어난 아이제나흐와 주로 활동하고, 묻힌 라이프찌히를 둘러보았으니, 이번 빈여행으로 서양음악사의 시작인 바흐에서 완성기인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쳐 전환기인 쇤베르그까지의 음악여행의 완성이랄까...
그러나 패키지라 빈이랑 짤즈부르크는 단 하루씩뿐이다. 담에 자유여행을 위한 사전답사라 생각하고, 또 진철이랑 근 10일을 함께한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어야지.
2019.01.20.(일)
인천공항에서 23시 20여분 출발한 터키 항공기는 이스탄블에 21일 6시경 도착. 기온은 10도. 공항이 조용하다. 도착해 화장실에서 간단히 양치랑 세수하고, 한적한 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 솔직히 집에선 책한자 안보는데 나오니 독서광이 된듯.
옆좌석엔 노년의 일본 여성관광객 2명이서 떠드느라 책읽는데 방해가 된다.
'"하루키를 좋아하세요?" 짧은 영어로 보던 책의 표지를 살짝 들어보였다. 책명은 하루끼의 "비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이다. 그둘은 하던 얘기를 멈추고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4시간 휴식후 빈행 비행기를 타고 빈 도착은 1월 21일 오전 10시경. 여행 출발전 표를 보며 든 의문이 이스탄블 출발이 9시25분인데 빈 도착이 9시50분. 페르시아부터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잦은 침략이 이렇듯 거리가 가까워서였나...
근데 3시간의 비행과 아침 기내식을 받고서야 시차를 생각했다. ㅋㅋ 외국은 다같은 시간대를 쓴다고 생각하다니...
빈공항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먼저 들른 곳은 쇤베른 궁전. 외관은 연노랑이다. 가이드님께 연유를 물었더니 테레제가 그 색을 좋아했다나.(근데 도심의 많은 건물이 연노랑이었음.) 프랑스 베르샤이유 궁전을 본뜬 외관은 그닥 놀랍진 않았지만 17-9세기 세계의 중심이었던 곳인 만큼 그 속내은 화려하고 빛났다. 이름도 힘든 왕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나 유렵의 근대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알아듣기가 힘들다. (알아 들은 사람은 있긴 있다. 이 궁의 주인인 마리아 데레지아와 그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 모짜르트가 6세때 이 궁에서 연주 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을 했다는데, 그때 일이 잘~ 풀렸으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진 않았을지도...)
일정이 촉박하여 실내는 대충 훑고 후원에서 잠깐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 나왔던 화려한 후원은 겨울인지라 볼품은 없었다. 영화속 "마리아와 아이들"의 눈부신 노래 장면을 상상하며 거닐 수밖에...
점심은 현지식인데, 베를린에서 먹었던 핫세랑 비슷한 메뉴. 2유로 와인 한잔으론 짜고 느끼함을 지우긴 한계인 듯.
점심 후 시내를 들어갔다. 시가지는 기대했던만큼 고풍스럽질 못하다, 모짜르트나 슈트라우스의 화려함을 생각했는데 브람스의 진중함이랄까?
관광 첫코스는 빈시청사. 신고딕 양식으로 규모가 엄청나다. 삐쭉 솟구친 높은 첨탑과 화려한 창틀로 그 외관은 화려함을 넘어 근접을 쉬 못하게하는 엄숙함이 느껴진다. 서양 건축사를 따로 배우지 못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담에 올땐 미리 공부해 와야지...(근데 되려나)

<빈 시청사>
바로 옆에 빈대학이 있다. 노벨상을 12여명 배출하였다니... 근데 이쪽은 학비도 없단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우리 진철이가 이쪽에서 공부할 기회는 없을까? 암튼 그날을 위해 연출컷.

<성슈테판성당>


다음으로 들른 곳은 성스테판 성당. 첨탑이 엄청 높다. 기독교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실내 조각 및 그림들은 맹 이해가 안된다. 담엔 꼭 성경도 읽고 와야지...
근데, 성당내부에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다. 어린 천사(?)와 해골. 혹 17세기 네델란드 정물화 화풍인 바니타스 화풍에서 봤던 메멘토모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글을 쓰는 지금의 난 영원히 살것 같은데... 아마도 죽음의 순간은 오겠지! 근데, 정말 올려나...
어두워오는 구시가지 상가의 불빛이 여행객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자유시간에 잠시 시가지를 걷다가 분위기 있게 카페에서 비엔나커피(?)한잔. 혹 아시나요?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다는거.

이 거리 어디에선가 프로이드도 커피를 마시며 명저 "꿈의 해석"을 구상하고...
미술가를 지망했던 히틀러도, 혁명가 트로츠키도,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키스"의 클림트도, 그의 절친 건축가 오토 바그너도 이 거리 어느 카페에서 세기말의 변혁을 이야기 했겠지...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음악회를 갔다.
음악의 본고장에서 듣는 바이올린 5중주에 메조와 바리톤이 노래 부르는 작은음악회.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음악의 수준이야 이야기할 바 아니고, 옛귀족들의 저녁이 이랬겠지 느껴볼 따름.